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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2007)

감독/임상수  출연/염정아, 지진희

황석영씨의 원작을 예쁘게 잘 옮겨다 놓았다. 영화가 끝난 후에야 원작의 스토리가 결코 짧지 않았음을 깨달았는데, 그나마 조각조각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기는 마찬가지 였다. 우리가 사는 삶에는 딱 떨어지는 네러티브가 없으니까, 그렇게 압축시켜서 뚝딱 떨어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안타까운 시간들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7,80년대에 청년으로 살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 때는..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식인으로써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겼다고 들었다. 생각해 보건데, 나라면 세상이 잘못됐다며 바로잡으려는 젊은이들과 한배를 탔을지도 모르지만 얼마가지 못하고 삶의 무게에 눌려 그만 두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나의 희생으로 나라를 살리기보다는 내 가족과 애인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워해야 할까? 확실한 것은 물불안가리고 투쟁했던 자들을 밟고서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 그들에 대한 미안함. 안타까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윤희라는 인물은 동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마치 현대를 사는 우리와 같은 입장에 있는 듯 하다. 시간이 흘러 세상 만물이 변하듯이, 역사의 오점 역시 다 지나가게 마련이라는 것을.. 그리고 몸을 던져 불의를 지적했던 선진들을 우상화하며 행동없는 말뿐인 비겁한 사회주의자들이 비난받았을 것도 알았다. 그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진 자들은 후진들이 버리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 인생.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너무나 길게 남은 혈기왕성한 젊음을 인생이라는 굴래에 묻어버렸다.
당신은 그 안에서 나는 이쪽 바깥에서 한 세상을 보냈어요.
힘든 적도 많았지만 우리 이 모든 나날들과 화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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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었던 장면이 있다. 오현우가 떠나는 날 갈뫼에서 마지막 저녁을 함께하는 장면. 하필이면 그렇게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날 떠나다니.. 하지만 설정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차피 떠날 것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대화 없이 한 상에 앉아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행한다. 밥을 먹는 것. 그리고 강한 빛이 방 전체를 강타하더니 전기가 나갔다. 칠흑같은 방에서 오히려 밖의 빛을 받은 실루에 오현우가 입에 물었던 길게 들어진 총각김치 줄기를 천천히 입안으로 말아 먹는 모습이 비친다. 한윤희는 익숙하게 초를 꺼내 키고 식탁에 올려놓는다. 그렇게 마지막 식사가 끝이 났고 오현우는 다녀올께라는 간단한 말을 남기고 떠나버린다. 어색하고 형식적인 웃음을 뒤로 한 채로...

영화의 마지막에서 오현우와, 오현우와 한윤희 사이의 딸 은결이 재회한다. 이효리가 CF에서나 입고나올법한 모습을 한 딸이 지금까지의 영화 분위기와 굉장히 이율배반적으로 보인다. 시공간의 격차를 극복하고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시간이다. 오현우가 감옥가면서 까지 정부에 투쟁해서도 아니고 한윤희가 그런 고통의 시간을 감내했기 때문도 아니다. 한윤희와 오현우. 그들이 갈뫼라는 오래된 정원에서 함께한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 때 같이 있었고, 미래를 낳았다.
글/사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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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7 21:24 Trackback 0 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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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love 2007/01/07 23:17 A R D
"우리가 사는 삶에는 딱 떨어지는 네러티브가 없으니까..."
나는..미안했다, 그들에게. 부끄러웠다, 나에게.. 혁명가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시대가 있으므로..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있으므로..
  • 나그네8년전에 써봤는데 좋더군요...
  • 사뇨기도대체 무슨 말이 필요해!
  • [비밀댓글]
  • 사뇨기눈먼자들의 도시에 대해.. 나..
  • mm7kk멋진 영화와 OST입니다. 담아..
  • 에궁~정말 농구를 사랑하는구나....
  • 뮤지컬극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역쉬..
  • 드림물랑루즈보다는 드림걸즈지...
  • 장님전부장님뿐이야.... ㅜㅜ 세상..
  • ddd나 저 그림 진짜 좋아하는데~ ^^
  • ohlove"우리가 사는 삶에는 딱 떨어..
  • ohlove현장의 가슴...멋진데~
  • 음..아 그렇구나 ㅋㅋ 쏴리 맨.
  • 오호요새는 이런거 스크랩해오는거..
  • 사뇨기감솨하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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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우bg와의 조화가 훌륭하네요~ 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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