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 건조한 흐름. 5년이라는 제작 기간에 걸맞는 완성도. 이념주의의 덧에 걸려 사람 속 진실을 보지 못하고 피가 말라버린 편견의 사람들이 봐야 함.
노트 #1. 비밀경찰 비즐러의 감성변화를 중심으로 사건들이 물이 흐르듯 흘러간다. 잔잔한 배경음악과 건조한 대사 화면으로 이어지지만 비즐러와 관객의 머릿속은 폭풍 속을 헤맨다. 냉혈한 도청 전문가가 감성 앞에 무릎꿇게 만들었던 것은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인간적인 모습 그대로의 진실이다. 격정적인 사건이나 충격적 이벤트가 아니다.
노트 #2. 두 연인의 진실된 모습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드러낸 연출 덕분에 비즐러의 내면의 변화를 공감하기에 무리가 없다. 만약 걷도는 이야기들의 나열, 혹은 크리스타가 신념이 강해 무너지는 캐릭터로 그려지지 않았더라면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대립관계과 성립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영화는 비즐러와 크리스타의 갈등 구조가 생겨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노트 #3. 관객과 비즐러는 이미 한 몸이 되어 두 연인을 관찰한다. 감독은 두 연인 사이에 벌어지는 대화나 행위에 대한 반응으로 비즐러의 표정을 제시한다. 또한 관객은 본인과 같은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 비즐러의 모습을 보고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어느새 내가 비즐러라면.. 이라고 가정하고 있을 테니까.